반지하글

7월 소나기


소나기가 내리던 날, 네가 사랑을 건넸다. 


일몰이 물드는 하늘에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투둑투둑 바닥이 젖기 시작하는 걸 본 그녀가 어깨에 메고 있던 베이지색의 천가방에서 접이 우산을 건넸다. 

'여기..' 

비 예보는 없었던지라 어떻게 알고 우산을 챙겼지 싶어 받지도 않고 멀뚱멀뚱 우산만 쳐다보고 있으니 그녀가 익숙하다는 듯 말했다. 

'제가 비를 좀 몰고 다녀서..' 

우산을 건네는 손톱이 유난히 정갈한 핑크빛이라 그걸 보는 기분도 정갈하게 깨끗해지는 듯했다. 

"아, 그럼 같이 써도 될까요?" 

예상치 못한 소나기에 당황한 사람들이 시청광장을 허둥지둥 가로지르며 달리기 싲가했다. 뛰어가는 사람들 사이를 부딪치지 않으려 그녀의 어깨 가까이 다가서자 머리칼이 팔을 간지럽혔다. 

'사실 집에서 잘 안 나와요. 밖에 나오는 날엔 꼭 비가 오더라구요.' 

접이 우산의 정체를 설명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빗소리에 멀리 가지 못하고 우산 속에서 맴돌았다. 나는 왼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야 할지 어째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는 사이 역에 다다랐다. 

'우산 쓰고 가세요.' 

그녀가 내 어깨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이미 흠뻑 젖어 우산이야 아무래도 좋았지만 나는 기쁘게 대답했다. 

"그럼 다음번엔 제가 챙길게요." 


소나기가 찾아왔다.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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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은 장마철에 접어들면서 갑작스런 소나기에 당황스러운 날이 많았는데요, 

갑자기 찾아오는 비가 밉지만은 않으셨으면 해서 핑크빛 소나기를 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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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밍시그널'과 콜라보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7월에 어울리는 테마로 글을 적고, 블루밍시그널에서 예쁘게 캘리그라피 작업을 하여 엽서를 만들었습니다! 

의미있는 작업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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