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9.05.24 19:35

택시를 잡는다. 

이젠 이런 일쯤 익숙해서 서럽지도 않다. 


비 오는 날, 

앞으로는 아이를 안고 뒤로는 기저귀 가방을 메고 마트에서 산 이유식 재료를 허겁지겁 챙겨 버스를 내린 적이 있다. 아이는 계속 울고 등 뒤로는 할아버지의 날 선 고함이 장대비마저 뚫고 들어와 귀에 박혔다. 도망치듯 내리느라 우산을 두고 내렸다. 그 날은 서러웠다. 한손으로는 아이 머리를 감싸고 아이와 함께 울었다. 


아이는 영문도 모르고 칭얼댔다. 그 칭얼댐은 배고픔인지, 졸림인지, 아니면 여전한 뒷자리 할아버지의 고함인지 알 수 없다. 이유가 무엇이든 아이의 칭얼댐은 나를 향했다. 뒷자리 할아버지의 고함도 나를 향했다. 그게 나았다. 내가 부족한 엄마라서, 부족한 사람이라서. 이 아이는 아무 잘못이 없다. 

할아버지의 짜증이 심해지자 버스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점점 짙어지고 결국 버스 기사님까지 호통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그만하시라고.' 

벨을 눌러 버스를 내렸다. 목적지까지는 6 정거장 정도 남았다. 

택시를 잡는다. 

이젠 이런 일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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