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에세이

그녀와 나


처음엔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지? 할 정도로 그녀는 날카로웠다. 외모도 날카로웠고, 첫 인상도 매우 날카로웠다. 그때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해 아직도 그려질 만큼 그녀와의 첫 만남은 충격이었다. 어쩌면 그런 안좋은 인상으로 남았으면 대부분 어떤 관계를 맺지 않고, 그냥 스쳐 지나갈 인연이었을 수도 있다. 만약 내가 하루만 숙소를 예약 했다면 그녀가 이틀 전에 울산으로 떠났으면 지금의 내가 과연 존재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다음 날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올레길을 걷고 돌아 왔다. 어제는 모든 여자 게스트에 남자는 달랑 랑 나혼자 였지만 오늘은 남자가 몇 더있었고, 여자는 그녀 혼자였다. 나는 자연스레 함께 술자리를 했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몇가지의 공통점을 찾게 되었다. 울산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서울에 가끔 올라온다는 것. 나는 그 당시 학생이었기에 울산에 가끔 내려가고, 서울에서 살고 있었다. 그녀는 서울에 오면 길도 모르고, 대중교통을 탈줄 몰라 택시만 타고 다닌 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서울에 올라오면 한번 밥이나 먹자 뭐 이런식 아주 일반적인 이야기를 했다. 그러더니 그녀는 나에게 번호를 물었고, 번호를 교환하고, 그렇게 새벽 5시까지 나까지 남자 3명과 그녀는 분홍색 제주 유산균 막걸리를 먹고, 잠들었다. 난 술을 먹지 않았지만 굳이 그 자리를 뜨지 않았다. 계속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전에 있었던 이미지는 이미 사라진 채 였기 때문이다. 사람을 자주 판단하긴 하지만 자주 업데이트를 하는 나로서는 새로운 면을 알게 된 그녀를 조금더 알고 싶었나 보다. 그녀는 내 예상과 달리 미술을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한 시간을 자고, 깨워 달라고 요청 하던 그녀를 깨우고, 난 또 길을 걸으러 갔다. 잘 갔는지 궁금해 카톡을 시작 한 것이 아마 더 가까운 시작이었나 보다. 내가 보는 길을. 땅에서 찾은 달팽이를. 수풀 속에서 발견한 산딸기를 하나하나 찍어 그녀와 대화를 계속 이어갔다. 그녀는 울산으로 떠났고, 나는 제주에 남아있었지만 느낌 만은 어제와 같이 내 앞에서 이야기하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제주에서 게스트하우스에서만 있었다고 했다. 정말 쉬러 왔던 그녀는 제주 속속히를 걷고 있던 내가 보내주는 사진을 보면서 아마 또 다른 제주를 봤을 것이다. 


내가 잘 모르는 동네에 와서 내가 모르는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과 우연치 않게 가까운 사이가 되는 것.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 여러 사람들 중 필터를 거쳐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장소, 내가 좋아하는 여행지, 내가 좋아하는 취미, 우린 제주도라는 넓은 지역에서 아기자기함이 돋보이는 게스트하우스. 그리고 울산에서 고등학교까지 살았고, 그 이후 시간은 타지에서 보낸 것. 마치 손가락을 깍지를 하나 하나씩 끼듯이 말이다. 


한 시간을 잠을 자고, 걸었던 것이 무리가 되었던 것일까. 다리에 무리가 와 더이상 내가 계획했던 나의 여행을 하기 힘들게 되었다. 아쉽고,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 없음을 인정하고, 울산으로 넘어가 입원을 했다. 입원 기간 동안 그녀는 우리 부모님 보다 자주 왔고, 오래 있었다. 가끔 둘이 몰래 병원을 탈출하기도 하고, 일탈 하는 시간을 가지다 보니 동지애가 생겼나 보다. 그렇게 건강해 보였던 내가 병원에 있는 것이 안쓰러웠나 보다. 꽤 많은 시간을 그녀와 보내고, 서울로 TV출연 면접으로 올라가기 전 그녀가 좋아하는 크리스마스에 맞춰 2012년 8월 11일 12시 25분에 우리는 연애를 시작했다. 


그녀와 시간은 이미 2466일(5월 11일 기준)이 되었다.


그녀와 나는 


정치 성향은 보수적인 그녀, 진보적인 나.

종교에서는 기독교인 그녀, 무교인 나.

취향에서는 책을 좋아하는 그녀. 미디어를 좋아하는 나.

예술을 하는 그녀, 체육을 하는 나.

건강하지 못한 그녀, 건강한 나.

운전을 좋아하는 그녀, 대중 교통을 좋아하는 나.

데카르트 철학의 그녀, 스피노자 철학의 나.

여행을 좋아하는 그녀, 가까운 곳을 좋아하는 나.

머리 숱이 많은 그녀, 머리 숱이 많이 없는 나.

수직을 좋아하는 그녀, 수평을 좋아하는 나.

비주얼을 담당하는 그녀, 기획을 담당하는 나.

하나만 잘하는 그녀, 여러가지에 관심이 많은 나.

클래식을 좋아하는 그녀, 재즈를 좋아하는 나.


처럼 너무나 달랐다.


마치 네모와 동그라미가 만나 서로 부딪히고 깎이고, 다듬어져 두 개의 둥근 모양을 한 네모가 되어, 이것이 동그라미인지 네모인지 모를 정도로 우리는 점점 닮아있게 되었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가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대화를 하고, 토론을 하고,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우리는 8년 가까이의 시간동안

 

대만(가오슝) / 인도네시아(발리) / 일본(오사카, 교토, 대마도)

미국(사이판)  / 영국(런던, 샤프츠버리), 프랑스(파리) 다녀왔고, 

10번의 제주 다녀왔고

김작가 4번째, 5번째, 6번째 전시를 도왔고

뉴미들클래스와 3층집을 함께 만들었고

옥상놀장을 만들었고

그녀의 전시 스케치 영상을 만들었고

이상한 나라의 큰애기를 기획했다.


그 사이 수없이 많은 다툼과 서로의 헐뜯음, 무수한 상처들이 존재 했다. 상처가 난 곳은 서로의 마음으로 약을 바르고, 그렇게 서로가 함께 그 시간을 보내왔다.


이제는 각자의 인생에서 떼놓고 과연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서로의 인생에서 이렇게 영향을 끼치는 관계가 과연 다른 이들에게는 존재할까? 1+1이 모여 2가 아닌 10이상이 되는 관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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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 BACCI
    13 May 2019
    대장과 작가님의 첫만남 얘기는 몇번 들은적이 있슴다 ㅋㅋ 그때마다 '그런 첫만남에, 지금의 두분이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런 뒷얘기가 있었군여 ㅋㅋㅋㅋㅋ 두분의 관계는 제가 본 것중 가장 건강한 것같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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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아무개
      14 May 2019
      제 전공이 운동 건강 관리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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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작
      16 May 2019
      저 첨에 dj인줄알았대여! 레퍼배찌랑 콜라보할뻔😁두둠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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