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글쓰기

기다리던 밤




Y와 함께한 기억들 중 생생한 기억이 몇 가지 있다. 

지금 적어내려가는 그날은 내가 연락 없이 Y를 불쑥 찾아갔던 날이였다.


조기 퇴근을 하고 5시간 동안 고속버스에 몸을 실어 서울에 도착한 금요일 밤, Y가 근무하는 레스토랑 앞에서 메세지를 보냈다.


「 나 사실 B레스토랑 앞이야! 보고 싶어서 왔어! 」


근무 시간이었던 Y는 답장이 없었고, 이를 잘 알고 있던 나는 레스토랑이 내려다보이는 맞은편 카페에서 Y를 기다리기로 했다. 카페 2층에서 바라보는 레스토랑은 필로티 구조의 통유리로 된 단독 건물로 된 꽤 멋들어졌다. 


‘1층은 주방, 2층은 홀이야. 주방에서 화장실을 가려면 계단을 통해 2층으로 가야 해.’

나의 시선은 레스토랑의 계단을 향했고, Y의 말을 되새김질하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유니폼을 입고 지나가는 저 사람이 Y일까?’

‘Y가 계단을 지나가지 않을까?’

‘저 계단이 내가 생각하는 그 계단이 맞는 걸까?’


계단을 지나가는 Y를 발견한다고 해서 Y가 나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왜인지 Y를 발견하고 싶었고, 카페에 앉아있는 내내 시계와 계단을 번갈아 보며 Y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채웠다. 몇 번이나 반복을 했을까. 긴 기다림이라 느껴지고 곧 퇴근시간 일 거라는 생각이 들 때 즈음 카페를 나왔다. 레스토랑이 위치한 곳은 낮에는 관광객으로 사람이 많은 곳이었지만, 나름 고즈넉한 곳이라 밤에는 지나가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아주 고요했다. 어두운 밤 괜히 낯선 장소에 대한 으스스함을 느낄 무렵 Y에게서 답장이 왔다.


「 어디야? 」


나는 곧장 뒤를 돌아 레스토랑을 봤고 그곳에는 유니폼도 갈아입지 않은 채 달려오는 Y가 보였다. 우리는 가까워지자마자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부둥켜안았는데, 껴안자마자 느껴진 건 Y의 유니폼에서 나는 비릿한 생선 냄새였다.(당시 Y의 파트가 생선이었다.) 나는 정말 비릿한 냄새를 정말 참지 못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말 아무렇지 않았다. 오히려 Y의 유니폼에서 나는 느껴지는 비릿한 생선 냄새가 너무 좋게 느껴졌달까.


서로를 바라보고 웃으며 끌어안았던 그 순간, 그보다 더 좋을 게 없었고 그 무엇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나는 Y와의 좋았던 순간을, 생생한 기억을 꼽으라 하면 망설임 없이 이때를 꼽는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B 레스토랑의 계단과 그 앞에서의 포옹을 종종 생각한다.




아, 물론 Y와는 몇 년 전 헤어졌다.



(헤어지기 전까지 Y의 퇴근을 기다릴 때면, 항상 그 카페에서 레스토랑의 계단을 바라보고는 했다. 헤어지고 난 뒤에 괜한 추억에 애틋한 느낌이 생각나, B레스토랑을 지나가며 그 계단을 바라본 적도 있다. 결국은 이불킥으로 마무리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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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공공이
    13 May 2019
    음! 소설같은 실화? 실화같은 소설? 어느쪽이 맞나요? ㅎㅎㅎ 짧지만 느낌은 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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