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To, EUROPE

19. 파리의 기억 (프랑스 2일/ 파리)

  밤 동안 비가 내린 것인지 땅이 젖어있다. 짐을 호텔 1층 아주 구석진 어느 방에 두고는 길을 나섰다. 런던과도 1시간의 시차가 있어서 도무지 시간을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한 시간이 없어진 것인지 한 시간이 생긴것인지. 회색의 하늘이 런던과는 많이 다른 느낌인데 어쨌든 여기는 파리다. 

정말로 파리에는 큰 관심이 없어서 일정도 짜오지 않았다. 지도를 켜두고는 첫 날 묵은 호텔 근처부터 둘러보기로 한다. 몽마르뜨 언덕에서 몽마르뜨 묘지까지.


  파리는 8년만이고, 이번이 세 번째다. 2008년 여름, 푸드스타일리스트 K와 함께 런던에서부터 관광버스(패키지 여행이었다.)를 타고 왔던 것이 첫 파리였다. 8시간만에 도착한 파리는 오전 7시. 에펠탑앞에 관광버스를 세워두고 번개불에 콩구워먹듯 구경하고는 물랑루즈를 거쳐 몽마르뜨 언덕을 올랐다. 잠깐의 자유시간동안 2유로에 파는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하몽,프로슈토같은 생햄만 하나 넣었을 뿐인데도 놀라운 맛이났다. K는 그때부터 프랑스의 바게트를 최고의 빵이라 칭했다. 나는 그때부터 생햄이 좋았고- 10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제법 생생하게 기억나는 걸 보면 파리는 런던만큼 임팩트가 강하진 않았지만 잔잔히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두 번째 파리를 왔을 때는 3주간 다락방에서 거의 나오질 않았다. 하필 비앤비의 호스트들이 음악, 미술, 사진을 하는 예술가(다들 출신지가 달랐다.)들이었고 밤마다 취해선 예술을 논하고 다락방콘서트를 열어주었다. 새벽녁의 해를 보며 자는 것이 3주간의 일상이었고 아주 가끔 집 앞 광장에서 열리는 파머스 마켓에서 토마토와 치즈, 빵을 사는 것이 외출의 전부였다. 아 일주일에 한 번 그러니까 총 세 번의 앤틱마켓 나들이도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왔다는 주인이 판매하는 터번같은 머리장식을 사고는 예술에 혼을 맡긴 것 마냥 매일 쓰고 다니기도 했다. 언제부턴가 파리는 다시는 가지 않지만 추억을 잔뜩 머금은 도시로 기억되었다. 오래 전 일이라 그런지 장면장면만 기억날 뿐 사실 전체적인 파리의 인상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언덕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많은 기념품가게들을 지나자 10년전과 똑같은 것을 목격한다. 바로 ‘팔찌 강매 현장’. 그들의 판매 레파토리도 여전하다. 갑자기 팔찌를 끼우고는 10유로쯤 요구하는 그 수법!  ‘그’에게 꼭 팔짱을 끼던가 먼 산을 봐야한다고 신신당부를 하며 올라갔으나 그들은 우리 표정을 보더니 단번에 다른 타겟을 찾아 떠났다.


  ‘그’의 자켓주머니를 쥐고 열심히 언덕을 올라 뒤를 돌아보니 파리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아, 딱 하나. 에펠탑은 빼고. 파리의 어느 곳에서든 에펠탑이 보인다고 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가 보다. 역시나 ‘그’도 열심히 에펠탑을 찾다가 이내 실망한 눈을 하고는 묻는다. “에펠탑은 왜 안보여?” 한 번의 의심도 안해보았던 많은 (잘못전해진, 혹은 과하게 전해진)정보들 중 하나인걸로. 사크레쾨르 성당 옆에서 까마귀떼를 구경하다 크로아상을 먹기로 한다. 한국에서는 먹지 않던 아침식사를 꾸준히 챙기는 여행자. 구글에서 열심히 검색해서 찾아간 카페는 고작 테이블이 서 너개 있지만 주방만큼은 아주아주 큰! 근사한 곳이었다. ‘그’의 첫 에스프레소는 진하고 끈적하고 강했다. ‘그’는 연신 “맛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함께 먹은 여러 빵도 대단했다.  



<사진은 전부 '그'가 찍은 것>

흐린 파리. 날이 쌀쌀해서 안에 잔뜩 껴입었다. 앞머리 드라이도 했는데 날이 습해서는 어느새 삼지창.



몽마르뜨 언덕을 내려오는 길. 런던과 파리의 차이는 도로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하나씩 다 맛 볼 수 있었더라면...



라빠르쉐설탕 하나를 에스프레소에 넣고 섞지 않고 마시다보면 마지막에 설탕이 가라앉아 있다. 에스프레소 향이 나는 설탕을 크루아상으로 꾹꾹 찍어먹으면 별미. 







 

2008년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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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어씽
    16 Apr 2019
    노트르담 대성당은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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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작
      16 Apr 2019
      다행히 보고옴.....활활 불타버렸네 ㅜㅜ 문화재 보존도 잘 못하는 것 같구만 이집트에서 훔쳐온거랑 우리나라꺼 돌려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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