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글쓰기

최초의 기억

아마도 6살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 무렵(초등학교 저학년 때인 줄 알았는데 어머니한테 물어보니까 이때쯤이라고 하더라)

아버지의 사업이 힘들어지고 어머니가 일을 시작하면서 어린 두 딸을 챙길 여력이 없어진 부모님은 나와 동생을 할머니 집에 맡겼다.

어머니의 말을 들어보면 나는 어릴 때 낯도 안 가리고 처음으로 어린이집을 가던 날 통학차에서 선생님이 내리자마자 쪼르륵 달려가서 선생님 손을 잡고 "엄마 안녕-"하고 울지도 않고 떠났다고 하던데, 할머니 집에서 나는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정확하진 않지만) 오랜 이별을 예감한 것일까.

시골에 조그만 여자아이들이 둘이나 생겨서 어르신들은 많이 귀여워했을 테고 다행히도 동네에 7살짜리 언니와 그 동생이 역시 할머니 집에 놀러 와서 한동안 넷이서 온 동네방네를 쏘다니며 놀았던 것 같다.

밤마다 전화하며 재잘대다가 "몇 밤뒤에 엄마와? 몇 밤 자면 엄마와?" 물었을 테고, 긴 밤이 지나 부모님이 공업탑 템포 빌딩에 있던 맥도날드에 데리고 가서 햄버거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그쪽을 지날 때면 템포를 보면서 아련한 느낌이 항상 들었다.

 하루의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다시 할머니 집에 가서 며칠 밤을 더 지내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이것이 나의 최초의 기억이다. 사진을 보지 않고 얘기를 듣지 않고 오롯이 나만의 기억 속에서 끄집어 낼 수 있는. 어머니가 들으면 마음 아파하실 수도 있지만 ㅎ 한동안 부모님과 떨어져 지냈던 어린 시절이 나에겐 굉장히 크게 다가왔나 보다.

.

.

저의 최초의 기억을 상기시키며 궁금해졌습니다.

당신의 최초의 기억은 무엇인가요?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댓글(5)

  • 박스안
    12 Apr 2019
    최초의 기억은.......3살때 혼자 머리를 감았던 기억이 아마 내가 지금 기억하고 있는 최초의 기억인거 같아요!
    등록하기
    • az
      14 Apr 2019
      영재일세..!!👍👍
      등록하기
  • BAN
    12 Apr 2019
    기억이 새록새록☺️
    등록하기
    • az
      14 Apr 2019
      새롭고도 새롭지 않은 기억이 새록새록나는게 신기하다눙🙄
      등록하기
  • az
    12 Apr 2019
    다 적고 나니 할아버지 과수원 따라 가서 사과도 따고(밑에 떨어진거 줏은거지만) 새참도 먹은 기억도 나네요😆
    등록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