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의끄적거림

수채화 이야기: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두번째 수채화 교실! 주제는 '잎' 그리기.

붓 질 한번으로 이렇게 잎이 소ㅑㄱ 그려지는 것이 참 신기하다.



양 끝이 가늘고, 가운데가 두꺼운 잎 모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붓을 사용할 때 힘조절을 잘 해야 한다.

가늘게 시작해서 중간쯤에 힘껏 눌러주고, 다시 천천히 붓을 떼야한다.

별거 아닌 것 같은데 막상 해보면 모양이 내 맘처럼 예쁘게 나오지 않는다.

연습해야지, 연습! 연습!




이렇게 생긴 식물을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어찌됐든 작가님이 어렸을 적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하면서 한 잎, 한 잎 뜯었던! 그 풀!!

그 때 그 풀잎을 떠올리며 그려보라고 하셨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옛날에는 참 어떻게 그런 미신 아닌 미신으로 마음의 갈피를 잡을 수 있었는지 (크게 갈피를 못 잡을만한 일이 있지도 않았겠지만..), 친구들이랑 모여 한 잎, 두 잎 풀을 뜯던 모습을 생각하니 그때의 나는 참 귀여웠구나.



(위와 똑같은 방식으로 그린 풀잎에 민들레꽃을 그려줬다. 왕뿌듯:-)



소위 말하는 '어른'의 나이가 되어버린 지금은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같이 단순히 두가지의 선택지로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들 투성이다.

"그렇게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고민 많은 20대 후반의 여성은 오늘도 밤잠을 설친다.


근데 또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는 모든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을 깊이 통찰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는게 아닐까.

마치 단순히 답을 내리면 안되는 것 처럼.

'어른'의 고뇌를 흉내내고 있는 걸 수도.


모든 상황에서 그렇진 않겠지만, 때로 어른의 고민은 '답정너' 이다.

'아무거나 먹어도 된다'라고 말한 친구는 '초밥'이라는 답이 나오기까지 내 뇌리에 있는 모든 음식 이름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려 나를 시험에 들게했다.

진심으로 '아무거나' 먹고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확실하게 싫은 것도, 좋은 것도 없는 것일 뿐.


'그렇게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일이 아니야...'는 어쩌면 문제의 본질을 모르거나 혹은 확고한 자기의식이 없는거다.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감추려 애써 연출한다. 나는 지금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스케치북 반을 접어 꽃이 없는, 있는 두 가지의 모습을 그렸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놀이는 어쩌면 엄청나게 대담한 행위인 것이다.

그 남은 풀잎 하나의 의미가 무엇이든지 간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대담한 용기가 있을 수 있을까.


'한창 겁없을 나이지~' 라는 수식어가 왜 어린 친구들한테 붙는지, 나는 이런 식으로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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