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이의 쓰다.듬다

비움

- 점심 시간에 문득 생각나서 몇자 적어보다가, 퇴근 전에 일 마무리 안 하고 정리해서 올려봅니다. 


비움.

 

이별을 하게 되면 많은 것을 비워내려고 한다.

연인과 나누었던 선물

연인과 함께했던 일상

연인과 행복했던 기억

연인과 아름다운 추억

 

그 중에서 가장 오래도록 남고 가장 많이 이별의 후유증을 남기는 것은 추억일지도 모른다.

다행이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어서

시간이 해결해 주기에...

서서히 잊혀져 가지만..... 혹은 그 추억에 다른 추억을 덧씌우기도 하지만.

 

이별 당시에는 빨리 비워내려고 온갖 안간힘들을 쓴다.

애쓰고 애써도 비워지지 않는 머릿속 기억들.

애쓰고 애써도 버려지지 않는 가슴속 추억들.

이러한 추억들과 기억들은 결국 시간이 약이라는 아주 평범한 진리에 언젠가는 굴복하지만

당시에는 기어코 나를 이기고야 만다.

 

생각이 나면 생각이 나는대로

기억하고프면 기억하고픈대로

잘해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아쉬운대로

추억하기에 추억하는 아름다운 것들이나

기억하다보니 눈물나는 슬픈 것들이나

굳이 애써 비우려 하지 말자.

눈물이 흐르면 흐르는대로

마음이 아프면 마음이 아픈대로

스스로 애도하다보면 어느 순간

밥을 찾아먹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일 것이다.

마음을 채 다비우지 못했지만 나의 위장은 그렇게 채워가고 있다.

 

연인과의 행복했던 기억을 지우기 위해

스마트폰에 저장된 연락처를 지우고

수없이 많은 하트 이모티콘들이 들어 있는 카톡 대화방을 지우고, 문자를 지우고

앨범에 저장되어 있는 함께한 기억의 사진들을 하나씩 지우다 보면

이별은 자연스럽게 멀어져간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처럼...

언젠가는 기억조차 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냥 지나간 옛사랑이구나 라는 생각이 날 때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우리는 비우려고만 하고 그로 인해 상처받는 나를 보듬지 못한다.

굳이 애써 비우려 하지 말자.

상처받은 나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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