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이의 쓰다.듬다

커피 예찬

비내리는 날

당신이 있는 그곳에  그윽하게 퍼지는 커피 향을 느껴 보셨나요?

열심히 하루를 산 우리들...

잠시 함께 편안한 여행을 떠나 볼까요.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술, 녹차, 쥬스, 탄산음료 등등 보다 더 좋아한다. 

그러나 카페인에 취약해 하루 두잔 이상은 마시지 못하는 함정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커피가 좋다. 


커피가 좋은 이유는 그 구수한 맛과 향 때문이다. 

코를 자극하는 구수한 맛과 입안 가득 퍼지는 향...........

누가 악마의 음료라 했던가?

아마도 커피가 우리를 사로잡는 매력이 있기 때문에 그리 불렀을 것이다. 

각 원두마다 가지는 독특한 맛과 향... 혀에 감기는 감칠맛..

그 매력으로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하면서 얽히고 설킨 복잡한 관계를 풀어나가는 매개가 될 수 있다. 


1. 나의 짧은 커피의 역사

정확히 언제부터 커피를 좋아했는지는 알 수 없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학부에 입학하고 나서부터인 것 같다. 

매점에서 파는 원두커피를 마시게 되면서 자판기 커피는 커피가 아니야라는 생각과 함께 원두커피라는 것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물론 당시에는 원두커피 맛이 매점에서 판매하는 것이 전부인줄 알았다. 

지금이야 어느 동네, 어디를 가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커피숍이다. 그 많은 커피숍들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커피를 사랑하는 민족인가보다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15여년 전만 해도 원두를 파는 곳이 많지 않았다. 대신 자판기 커피가 그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후 학교 앞에 생긴 커피 전문점.

처음에는 멋도 모르고 친구랑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코딱지 만한 잔에 아주 진하고 쓰디 쓴 사약 같은 커피....

그걸 마시면서 친구와 함께 욕을 하기도 했다.

'너무 양이 작고.. 쓰다.'

그런 무식쟁이가 언제부터인가 원두를 알고, 이제는 원두 아니면 거의 잘 마시지 않게 되었다. 

물론 아주 가끔씩 단게 땡길 때는 믹스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나른한 일요일 오후.

별다른 약속이 없어도... 집에서 커피 한잔을 하면 기분을 한층 상쾌하게 해 준다. 

출근해서 아침에 마시지 않을 때면 무엇인가 빼먹은 것 같은 허전함을 주는 마법을 지닌 녀석인 것 같다. 


2. 커피의 여행길

점찍어 둔 커피전문점에서 마음에 드는 원두를 골라 집에 가지고 와서 밀봉된 봉투를 개봉한다.

계량스푼으로 한스푼 듬뿍 떠서 핸드밀에 집어 넣는다.

뚜껑을 닫고, 서서히 손잡이를 돌리면 마치 아무도 걷지 않은 눈길을 처음 걷는 것 마냥 따라락 따라락 , 사각사각 원두가 갈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귀가 즐거워지고 행복해진다. 

그 사이 하얀 수증기를 뿜으며 한껏 끓어버린 물을 커피용 주전자에 옮겨 담고, 드리퍼와 서버를 준비한다. 

콩에서 적당한 크기의 가루로 변신한 커피를 따뜻하게 데운 드리퍼에 올리고, 아래에 서버를 받친다. 

그리고 주전자에 옮겨 담은 물을 커피 위해 살짝 뿌려 뜸을 들인다. 

볶은지 1주에서 2주정도 지난 원두는 풍부한 거품과 함께 서서히 커피가 부풀어 오름을 한 껏 보여준다.

마치 풍선같은 느낌. 

커피가 많이 부풀어 오를수록 빨리 맛보고 싶다는 충동과 두근거림이 생긴다. 

특히 새로산 원두일 수록 더욱 더 맛보고 싶은 충동과 심장의 두근거림은 커진다.

그렇게 몇 번의 물 공급과 함께 원두는 자신을 희생하여 풍부하고 아름다운 진한 갈색의 향을 뿜어대며 커피가 다 되었습니다를 외치듯 짜짠...

낙엽타는 듯한 갈색 향기와 함께

서버에 담긴 커피를 적당량 내가 좋아하는 컵에 옮긴다. 

그리고 그 컵을 두 손으로 감싸고 그 따뜻함을 느끼며 손으로 먼저 커피를 마셔본다. 

날씨가 추운 날에는 더더욱 그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어 분주한 손을 달래고 애타는 입이 호사를 즐길 수 있도록 양보한다. 

원두에 따라 다르지만, 구수한 향과 함께 99%의 카카오를 녹인듯 한 적당히 쓴 맛과 때로는 신맛, 간혹 달콤함이 느껴지기도 하는 그 맛들이 입안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눈을 감고 혀를 살살 굴리면서 음미한다.

잠시동안 입안에서 혀와 함께 맴돌던 커피는 목구멍을 따라 쏘옥 위장으로 내려간다. 

적당히 따뜻한 느낌이 식도를 따라 위장으로 내려갈 때 가슴과 배가 따뜻해지는 것도 느껴본다. 

커피는 그렇게 내 뱃속까지로의 여행을 기꺼이 해 준다.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책을 읽기도 하고.. 글을 써 보기도 하고.. 혼자만의 고독을 즐기기도 한다. 


3. 홍수가 된 커피들 속에서...

거리를 걷다보면 차고 넘치는 것이 커피숍이다. 

예전에는 다방들이었지만, 언젠가 수많은 브랜드 커피, 독특한 자신들만의 색깔을 가진 커피점들... 그리고 그저 그런 커피들까지 주위에는 커피를 파는 곳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아마 편의점보다 피씨방보다 많을 것 같다.

별다방으로 불리는 스타벅스, 엔젤인어스, 파스쿠치, 카페베네, 할리스, 톰앤톰스, 투썸플레이스, 핸즈커피 등등 

비슷한 브랜드 비슷한 커피ㅡㄹ...

그러다 정말 맛있는 커피 집을 발견하게 되면 또 하나의 신대륙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기쁘다. 

사실 그런 커피 집들은 브랜드 커피 집은 아니다.

비록 하루에 두잔 정도가 정량이지만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저녁에 친구들을 만나서 식사 후 커페숍에 자주 들렸던 적이 있다. 

이미 사무실에서 하루의 정량을 다 채운 나로서는 다 저녁에 마시는 커피는 검갈색 빛깔보다 진한 불면의 밤을 만들어준다.

"아~~~! 자야 되는데..."

"아~~~! 내일 출근해야 되는데..."

라는 스트레스적이고 강박적인 생각들을 벗삼아.

그래서 가급적이면 저녁에는 마시지 않게 된다. 

때문에 친구가 커피를 살 때, 나는 다른 음료를 주문하게 되면, 한 친구는 농담삼아 "쓸데없이 까탈스러워서 싼 거 안 처먹고... 비싼거만 처먹네..."라며 싼 티 팍팍 나는 타박을 준다.

뭐 그러려니 하고 마신다. 그가 내가 정말 싫어서 그런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에..


4. 커피에는 따뜻한 인생이 있다.

추운날 잠시 들린 커피숍에서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잔.

어느 한가로운 오후 혼자 커피숍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시간들.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마시는 커피...

그들의 삶을 한편씩 듣기도 하고..

그 삶에 잠시 몇 마디 보태면서 끼어들기도 하고..

내 삶에 잠시 끼어들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기도 하고...

상담을 오신 분들께 한잔의 커피를 대접하며 편안하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하고...

때로는 말없이 커피 한모금 머금고 침묵으로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기도 하고..

고마운 사람에게 커피 한잔을 대접하기도 하고.

싫은 사람에게는 쓴 커피를 통해 내 감정을 전달하면서.

'오늘은 내가 커피 쏠게'로 타인의 기분을 즐겁게도 하며

그렇게 우리는 따뜻한 커피로, 차가운 아이스커피로 한잔의 인생을 나누어 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경쟁이 아닌 커피 한잔의 대화로 인생을 풍부하게... 커피의 따뜻함과 함께

주위의 사람들 속에서 사람과 사람과의 모습을 찾으면서...

나는 오늘도 '커피 한잔 할까?'를 슬며시 건네본다.

가열차게 어려운 인생이 아닌 소소한 일상의 따뜻함을 행복해 하는 인생을 나눌 수 있도록.... 

뭐 때로는 가열찬 어려운 인생도 함께 커피 잔속으로 집어 넣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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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 조씨
    2 Mar 2019
    어디 잡지인가 라디오에서 들은 적이 있는데, '카페'라는 공간이 개인의 독립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소통이 가능한 장소이기 때문에 현대에서 와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가 되었다고 해요! '혼자있고 싶은데 혼자이기 싫어'라고 할 때 카페에 가는거죠! 개인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음과 동시에 타인과 소통(꼭 친구랑 얘기하는 것 만이 아닌 종업원과의 대화. 아니면 옆 테이블의 대화를 듣는 것)이 가능한거죠. 사실 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 쓴 아메리카노 맛을 다 좋아해서 카페에 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커피가 만들어주는 그 분위기에 이끌리는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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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ngho10****
    28 Feb 2019
    저도 혼자 카페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고 합니다. 회사 일 마치고 다음날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지곤 하는데, 그런거 생각 안하고 보고싶은 유튜브 보다가, 책보다가, 끄적끄적 메모하다가 등등등 하는데 혼자만의 힐링 시간으로는 딱입니다. 게다가 그 때 커피도 같이 있으니 안 좋아할 이유가 없죵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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